최근 국민연금 가입자들 사이에서 조기노령연금 수급이 급증하는 가운데, 임의가입자의 탈퇴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가입자들이 불이익을 피하려 오히려 이탈을 선택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국민연금 가입을 기피하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가입자들이 조기노령연금 수급을 선택하게 되는 배경과 임의가입자의 탈퇴가 급증하는 이유를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아울러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제도의 근본 취지를 살리면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개선이 시급한 부분이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민연금 제도의 주요 내용과 수급 조건
국민연금은 국민 개개인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보장제도입니다. 2024년 현재 가입자가 받을 수 있는 연금은 크게 노령연금, 장애연금, 유족연금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 대표적인 국민연금 종류
1. 노령연금: 국민연금을 10년 이상 가입하고 정해진 연령에 도달하면 수급 가능
2. 장애연금: 국민연금 가입 중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장애를 입은 경우 수급 가능
3. 유족연금: 국민연금 가입자 또는 수급권자가 사망한 경우 그 유족이 수급 가능
이 중 노령연금은 가장 대표적인 국민연금 급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고 생년월일에 따라 정해진 연령에 도달하면 노령연금을 수급할 수 있게 됩니다.
출생연도 | 노령연금 | 조기노령연금 |
---|---|---|
1953-56년생 | 61세 | 56세 |
1957-60년생 | 62세 | 57세 |
1961-64년생 | 63세 | 58세 |
1965-68년생 | 64세 | 59세 |
1969년생 이후 | 65세 | 60세 |
위의 표를 보면 출생연도에 따라 노령연금과 조기노령연금의 수급개시연령이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1953년부터 1956년생까지는 만 61세부터 노령연금을 수급할 수 있었지만, 1969년 이후 출생자는 만 65세가 되어야 비로소 노령연금 수급권이 발생합니다. 10년 이상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은 소정의 연령이 되면 기본적으로 노령연금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한편 조기노령연금은 노령연금 수급개시연령보다 5년을 앞당겨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다만 노령연금보다 일찍 받는 만큼 연금액이 줄어드는 등의 불이익이 있습니다.
- 조기노령연금 감액률: 노령연금 수급개시연령보다 1년 앞당길 때마다 연금액의 6%씩 감액
- 최대 5년까지 앞당길 수 있으며, 이 경우 연금액은 최대 30% 감소
이처럼 조기노령연금은 노령연금에 비해 수령액이 적다는 단점이 있지만, 일정 연령이 되기 전에 연금을 받아 생활비에 보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노후 소득이 필요한 분들이 주로 신청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국민연금 조기수령과 연기수령 중 어떤 것이 더 유리할지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신중히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는 왜 급증했을까?
최근 국민연금 가입자 사이에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조기노령연금 수급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3년에는 조기노령연금 신규 수급자 수가 약 11만 명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5년간 연간 신규 수급자가 6만 명을 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증가세라 할 수 있죠.
조기노령연금은 소정의 자격을 갖춘 가입자가 노령연금 수급개시연령보다 최대 5년까지 일찍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 그 대신 연금을 일찍 받는 만큼 매년 6%씩, 최대 30%까지 연금액이 삭감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손해를 보면서까지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배경이 있겠지만, 가장 주된 요인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노령연금 수급개시연령 상향 조정
국민연금의 노령연금 수급개시연령이 점차 늦춰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1953년생부터 1956년생까지 만 61세면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상향 조정되어 1961년부터 1964년생은 만 63세가 되어야 비로소 노령연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노령연금 수급개시연령이 만 62세에서 만 63세로 상향됨에 따라, 1961년생 가입자들의 경우 당초 예상보다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이에 노후 소득 공백에 대한 부담으로 조기노령연금을 선택하는 분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2. 건강보험 피부양자 요건 강화
2022년 9월부터 건강보험 제도 개편으로 피부양자 자격 요건이 크게 강화되었습니다. 기존에는 연간 소득 합산액이 3,400만 원 이하면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개편 이후에는 2,000만 원만 넘어도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게 됐습니다. 부동산 과표 5억 4,000만 원 초과 시에는 소득이 1,000만 원만 넘어도 지역 가입자로 전환되죠.
이에 따라 국민연금을 수급하는 고령자 다수가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었습니다. 실제로 2022년 9월 제도 시행 직후 약 27만 명이 피부양자에서 제외되었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3만 명이 공적연금 수급자였습니다. 지역 가입자로 전환될 경우 국민연금의 50%에 달하는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에 이를 피하고자 조기노령연금 수급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3. 기초연금 수급 대상 제한
현행 기준상 국민연금이 기초연금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2024년 기준 기초연금은 소득인정액이 단독가구 기준 월 213만 원(부부가구 340만 8000원) 이하인 경우에만 수급할 수 있는데, 국민연금은 다른 소득과 달리 기본 공제 없이 100% 소득인정액에 반영됩니다.
따라서 국민연금액이 늘어날수록 기초연금 수급 가능성은 낮아지게 됩니다. 연기연금이나 추납 등으로 국민연금 급여가 증액되면 오히려 기초연금에서 탈락할 수 있는 것이죠. 반면 노령연금을 조기에 수급하면 연금액이 삭감되는만큼 기초연금을 수급할 수 있는 여지는 커집니다.
만약 기초연금 최대수령금액이 월 30만 원에서 40만 원 수준으로 인상된다면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가입을 회피하는 성향이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요컨대 국민연금 가입자들 사이에서 노령연금 개시 연령 상향에 따른 노후 소득 공백,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 그리고 기초연금 수급 가능성 유지 등을 위해 조기노령연금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연금 고액수령자의 불이익‘ 참고) 이 같은 추세가 국민연금 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인데요. 이어서 국민연금 가입자 이탈 현상의 또 다른 징후로 꼽히는 임의가입자 탈퇴 급증 추이와 그 배경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민연금 가입 이탈 현상의 또 다른 징후들
1. 임의(계속)가입자 탈퇴 증가
국민연금 가입자 이탈 경향은 조기노령연금 수급 증가 외에도 임의가입자와 임의계속가입자의 탈퇴 급증 추세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 임의가입자란 국민연금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닌 사람이 스스로 원해 가입한 경우를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전업주부 등이 노후를 대비해 임의가입을 하곤 합니다.
- 임의계속가입자는 60세까지 국민연금에 가입했던 사람이 더 많은 연금을 받기 위해 65세까지 추가로 보험료를 내는 경우를 뜻합니다.
구분 | 2017년 | 2022년 | 증가율 |
---|---|---|---|
임의가입자 | 약 8,600명 | 약 20,000명 | 132% |
임의계속가입자 | 약 13,700명 | 약 35,000명 | 155% |
위 통계를 보면 최근 5년 새 임의(계속)가입자의 탈퇴가 급격히 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가 상승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이 노후 대비 차원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가입자들이 속속 이탈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임의가입자들의 탈퇴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앞서 언급한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 기초연금 수급 제한 등의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금보험료에 더해 건강보험료 부담이 가중되면서 저소득 가입자들 사이에서 국민연금 회피 성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 국민연금 추후납부 신청 감소
국민연금 가입 기피 경향은 추후납부(추납) 신청 추이 변화에서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 추납이란 보험료 납부를 중단했던 기간의 보험료를 소급해서 내는 것을 말합니다.
과거에 납부하지 못한 보험료를 추후에 납부함으로써 노령연금 수급액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 가입자들 사이에서 추납은 매우 인기 있는 재무 설계 상품으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실제로 추납 신청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 왔습니다.
하지만 2022년부터 추납 신청자 증가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노후 소득 보장 차원에서 여전히 유용함에도 불구하고, 추납을 통해 급여를 높이려는 가입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국민연금을 많이 받을수록 불이익이 커지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이는 노령연금 개시 연령이 늦춰지고, 건강보험료 및 기초연금 등 국민연금 외 요소들로 인한 불이익이 커지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가입 유인이 약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기초연금액이 40만 원으로 오를 경우 국민연금 가입자 3명 중 1명 꼴로 보험료 납부를 중단할 수 있다는 응답 결과도 이를 방증합니다.
현행 제도 아래서는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할수록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제도에 내재한 모순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국민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무엇보다 가입자의 신뢰가 전제되어야 하는데요. 가입자가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탈퇴를 택하는 일이 없도록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 제도 전반의 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마무리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노령연금 수급개시연령 상향,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요건 강화, 기초연금과의 연계로 인한 수급 제한 등을 피하고자 조기노령연금을 수급하거나 임의가입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는 저출산 고령화로 국민연금의 재정 불안이 우려되는 가운데 가입자 이탈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가중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데요. 특히 현행 제도가 국민연금에 성실히 가입한 사람에게 오히려 불이익을 준다는 점,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간 모순된 연계로 인해 가입 회피 유인이 생겨난다는 점 등은 해소가 시급한 문제입니다. 국민연금이 안정적인 노후 소득원으로서 기능하려면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설계함과 동시에 기초연금과의 관계 설정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가입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만 국민연금 제도가 지속 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